
가끔 마주하는 진상 내담자들
심리상담사라고 하면 이 직업에 조금은 로맨틱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뜻한 분위기의 상담실에서 내담자와 단 둘이 만나, 다른 곳에서는 꺼낼 수 없는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고민과 상처들을 드러내고 이야기를 나누며, 상담사는 기상천외한 접근과 상상도 못한 방법으로 내담자를 분석하고, 깜짝 놀랄만한 해결책을 제시하여 내담자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이렇게 적다 보니 닥터하우스가 떠오르네요. 하지만 심리상담사로서 마주하는 현실은 이러한 상상과는 꽤나 차이가 있습니다. 오늘은 심리상담사들이 상담장면에서 마주하게 되는 진상 이라고 할 수 있을 법한 내담자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1. 강요된 상담으로 인한 비자발적 내담자

가장 흔하게 마주하는 어려움은 타인의 강요로 상담실을 찾은 내담자들입니다. 특히 기업 상담이나 학교 상담의 경우, 상사나 교사의 지시로 ‘의무적으로’ 상담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리상담을 찾는 내담자들은 자발적인 동기로 인해 방문하는 경우가 가장 많기는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기 어려운 이야기가 주제이기도 하고 그러한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를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심리상담소는 언제나 내담자의 비밀을 철저히 보장해주는 것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가능한 내담자들끼리 대기실에서 마주치지 않도록 시간을 안배하거나 상담실 내부는 항상 불투명한 유리 등으로 디자인하곤 하죠.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들 역시 꽤나 많습니다. 예를 들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된 후 ‘필수 상담’을 받게 된 중간관리자의 경우, 상담 자체가 시간 낭비이고 처벌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상담사에게까지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곤 합니다. “제가 왜 여기 와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그냥 빨리 끝내죠”, “이런 시간 낭비하느니 일하는 게 낫겠어요”라며 상담 진행에 어려움을 야기하죠.
그 뿐만 아니라 자신은 어려움이나 불편함을 경험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상담에서 다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요청으로 상담을 찾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부관계에서 한 쪽이 다른 배우자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경우에 두 부부가 함께 혹은 아버지로 인해 힘들어하는 자식이 아버지와 함께 상담을 받는 경우가 있죠. 이러한 경우 다른 사람의 요청이나 부탁에 의해 방문한 내담자는 방어적이고 회피적인 태도로 상담에 임하기 마련입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상담사와의 라포가 형성되면서 태도가 변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고 그런 상황을 이끌어가는 상담사는 여러모로 버거움을 느끼기 십상입니다.
2. 연애감정을 느끼는 내담자

심리상담을 찾는 대부분의 내담자들은 그 당시에 정서적으로 위기감을 느끼거나 지쳐있는 상황이 많습니다. 상담과정에서 상담사가 보여주는 평범한 공감과 지지와 같은 행동들이 위기상황에 있는 내담자로 하여금 정서적 만족과 안도감을 느끼게 해 주고 종종 그런 감정을 연애감정과 혼동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담실은 내담자로 하여금 보다 편안한 기분을 느끼도록 조명이나 분위기에 신경을 쓰기 때문에 로맨틱한 기분을 느끼게 만드는데 일조하기도 하지요.
그러한 내담자들의 감정적 혼동은 상담사-내담자 관계에 아주 부정적으로 작용합니다. 내담자는 점차 상담사에게 더 많은 것들을 바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밤 늦은 시간에 상담사에게 연락을 한다거나, 상담사의 개인적 사생활을 염탐하며 대화의 소재로 사용하는 등과 같이 소위 선을 넘는 행동들을 할 수가 있습니다.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고 다른 곳에 의지하기가 어려운 경우에 있다면 더욱 위와 같은 상황에 쉽게 내몰릴 수가 있습니다. 이는 상담사가 상담사로서의 거리를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고 효과적인 상담을 이끌어내는 데 지장을 초래합니다.
따라서 심리상담사는 상담사 윤리규정을 필히 인지하고 그에 반하는 행동은 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특히나 단 둘이 밀실에서 진행되는 심리상담업의 특성상 내담자와 적절한 거리를 두고 내담자가 혼동하는 감정을 적절히 설명해주어 이해시키는 것은 상담사를 상담사로 내담자를 내담자로 있게 해주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지요.
3. 상담 비용을 둘러싼 갈등

상담비용과 관련된 문제도 심각합니다. 심리상담과 같은 서비스업들은 시간이 곧 돈입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에 예약제로 진행이 되기 때문에 노쇼에 아주 민감하지요. 하지만 그러한 상담사의 사정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일부 내담자들은 연락도 없이 약속된 시간에 방문하지 않거나 예정 시간 직전에 취소를 하기도 하지요. 그렇게 되면 상담사는 다른 내담자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리게 됩니다.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많은 상담사들이 예약금을 받는다거나 당일 취소와 같은 상황에는 벌금을 부여한다거나 하는 제도를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적응이 쉽지 않지요.
비싼 상담 비용과 지불 방식 역시 문제가 되곤 합니다. 상담소마다 모두 다른 정책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미리 다회기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엔 어느 정도 가격을 조정해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게 가격을 미리 지불한 경우에 그 회기를 다 채우지 않고 중간에 환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사실상 다회기 진행으로 인한 할인 요건은 충족이 되지 않게 되지만 역시나 현실적으로 다 따지는 것은 쉽지 않지요.
예전에 한 상담사가 경험한 바로는 내담자가 와서 상담을 시작했는데 한 30분 정도 이야기를 하다가 그냥 밖으로 나가 떠나버렸다고 합니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런 경우에 역시 적극적으로 상담 비용을 요구하거나 그러는 과정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진상, 어디나 있을 수 있다

심리상담사의 현실은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깔끔하게 해결되는 사례들의 연속이 아닙니다. 오히려 매일같이 다양한 형태의 정서적 폭력과 소진을 경험하게 됩니다. 내담자들의 복잡한 심리적 문제와 부적절한 행동들은 상담사 자신의 정신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습니다. 상담사들은 모두 상담을 받고 있다는 말은 그렇게 과장된 말이 아닙니다.
물론 모든 내담자가 이러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상담사로 일하다 보면 이런 까다로운 사례들을 피할 수 없으며, 이는 상담사의 직업 만족도와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심리상담사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현실적인 어려움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사람을 돕고 싶다’는 선한 의도만으로는 이러한 어려움들을 이겨내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지요.
MindGy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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