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 관련 자격증 현실

이전 글에서 우리나라 심리상담 업계의 현황과 공신력있는 자격증취득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았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심리상담사 자격증 체계는 통일된 기준이 부족하고, 특정 기관에 권한이 집중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심리상담사 자격증 업계는 일종의 ‘춘추전국시대’를 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민간 자격증이 수천개가 된다는 이야기가 바로 이러한 현상을 입증합니다. 물론 이러한 현실이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문제와 병폐들 그리고 일만 시민에게까지 전가될 부정적인 영향을 막고자 많은 분들이 노력을 경주하고 있고 더 나아가 정부의 주도적인 시스템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심리상담사 자격증은 취득 과정 이후에도 지속적인 교육과 관리가 필요합니다. 내담자가 취약한 상태에서 찾아오는 심리상담이라는 일의 특성상 상대적인 권위를 갖는 심리상담사에 의해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위에 작성된 포스팅에서처럼 심리적으로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는 내담자는 상담사와 좋은 라포가 형성이 된다면 상담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더 나아가 상담사의 말이라면 무조건적으로 따르거나 상담사에게 연애감정을 느끼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죠. 그런 내담자들의 취약성을 악이용하는 상담사들도 종종 존재합니다. 따라서 심리상담사들은 지속적으로 윤리적 기준에 대한 교육을 받고 스스로도 그러한 기준을 지키고자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보다 강력한 시스템과 규제 그리고 철저한 관리입니다.
민간 자격증의 문제
현재 심리상담사 자격증 시장에 존재하는 수많은 민간 자격증들은 그 존재 자체로 심리상담업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인터넷에 심리상담사 자격증이라고 검색하면 정말 수십페이지에 걸쳐 수많은 사이트들이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들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아주 쉽게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딸 수 있다고 광고를 하고 있지요. 자격증을 주관하는 기관들의 이름 역시 심리, 상담, 협회 등이 들어가 공신력이 있는 자격증을 발급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또한 수강료와 응시료를 지원해준다는 등 다양한 말로 홍보를 하고 있구요.


그런가 하면 자격증 취득을 위한 응시 기준이 18세만 넘으면 아무 경력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있는 등 아주 형식적인 검증 절차만 거치는 경우도 많아 이러한 민간 자격증 취득을 더욱 부채질합니다.

자격증 전문성의 하락
그래서 제가 직접 한번 시도해 보았습니다. 한 사이트에서 부부심리상담사 1급 자격증이 취득 가능하다는 것을 보고 회원가입을 하고 수강신청을 하였습니다. 수강비용은 감사하게도 ‘0원’이었고 나의 강의실 페이지에 가 보니 바로 시험에 응시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어느 정도 심리상담 관련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바로 응시를 하였고 약 2~30여분간의 테스트 후에 합격통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자격증 발급 비용으로 8만원과 배송비 3천원을 결재하니 며칠 뒤 ‘부부심리상담사 1급’ 자격증을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강의는 1분도 듣지 않고, 30분만에 부부심리상담사 1급 시험에 합격하였습니다.



저는 이러한 민간 자격증의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확인하고자 위의 자격증을 취득하였고 저를 소개할 때에는 부부심리상담사라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제 기준에 제대로 된 수련 과정과 교육 등의 검정 과정을 거치고 난 뒤에 인정을 받은 자격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하여 자격을 취득한 분들 역시 저와 같은 심리상담사로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심리상담의 전문성과 자격증의 신뢰성을 훼손할 우려가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심리상담사의 전문성에 대한 신뢰

한국심리상담학회와 한국상담학회의 수련과정은 수년간의 교육과 훈련, 엄격한 검증 절차를 요구합니다. 따라서 그 과정을 거치고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심리상담을 제공할 능력을 갖추었다고 인정을 받은 것이지요.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30분 만에 딴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에게 개인 내면의 역동을 이해하고 이론적 접근을 통해 내담자의 안녕을 확보하는 심리상담 회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 모두가 같은 ‘심리상담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차별성을 두기 위하여 한국상담심리학회에서는 자격 이름을 ‘상담심리사’로, 한국상담학회에서는 ‘전문상담사’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친숙한 ‘심리상담사’라는 타이틀은 오히려 많은 민간 자격증들로 인해 그 신뢰도가 떨어져 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어떤 형태로든 심리상담사 자격을 취득하고 심리상담사로 활동을 하게 되면 엄격한 검정을 거쳐낸 심리상담사들 뿐만 아니라 단기간에 쉽게 취득할 수 있는 자격으로 활동하는 사람들과 함께 공존해야 합니다. 더군다나 엄격한 검정을 거치지 않고 자격을 딴 상담사로 인해 내담자가 피해를 보거나 불미스런 일을 겪게 된다면 그 책임은 단순히 개인 상담사의 문제가 아니라 업계 전체의 문제로 확산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심리상담사를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을 때 심리상담사의 자격요건이 자격증의 이름과 발급기관까지 명시되어 있는지를 꼭 확인하라고 합니다. 그것이 심리상담소에서 불미스런 일을 겪을 가능성을 그나마 낮춰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미래의 방향
이러한 현실과 별개로 요즘 온라인에서 흥하는 심리상담사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보면 사실 자격 검정이나 심리상담사로서의 배움이나 깊이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도 듭니다. 오히려 마케팅을 잘 하여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는 것이 심리상담을 잘 하는 것보다 더 큰 이득을 가져다줄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저를 비롯하여 자신만의 상담 이론과 철학을 가지고 끊임없이 심리상담에 정진하는 수많은 다른 심리상담사 선생님들이 결국에는 더 큰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오늘날의 상담업계는 초기 팽창시기라고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시기에 절대적 숫자의 증가는 불가피하지만 궁그적으로는 더욱 엄격한 검증과 관리체계가 필요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그러한 토대가 다듬어지는 어느 시점에 이르러 옥석이 가려지게 된다면 아마 지금보다는 훨씬 더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심리상담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날이 조속히 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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