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과 거리두기2 a.k.a. 일기

 얼마전에 감정과 거리를 두려면 제 3자의 시각에서 나를 바라보면 된다는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그런 과정을 연습하면 분명 충분히 나의 감정과 약간의 거리를 두고 즉각적인 반응을 하는 것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나의 감정을 확인하고 관찰할 수 있는 아주 보편적인 방법을 한가지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그것은 바로 ‘기록’ 입니다.

 사실 감정 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 생활을 하면서 겪는 많은 것들이 기록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우선 오늘 하고자 하는 일들 혹은 끝내야만 하는 일들을 쭉 적는 to-do list 라거나 계획표 가 있을 수 있고 장을 보러 갈 때 필요한 것들을 적는 것도 과소비를 방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어려서부터 접하지만 어렵게 생각하는, 우리가 가장 흔하게 알고 있는 기록의 종류는 바로 ‘일기’ 입니다.

일기 Diary 日記 – 하루를 기록하는 것 이라고 쉽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금 더 나아가서는 하루를 보내면 내가 한 일들과 느낀 점들 생각한 것들을 전부 포괄하는 그런 기록이 일기가 되는 것이지요.

 참 안타까운 것은 많은 분들이 나이가 들고 성인이 되면서 기록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깨닫고 그것을 육아 도중에 아이들에게 강요를 하게 되면서 발생합니다. 일기는 하루를 마무리하며 써야 한다며 피곤해서 졸음이 쏟아지는 아이들에게 매일같이 무언가를 적기를 강요합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은 일기쓰기 란 것을 숙제같이 받아들이고 하기 싫고 부담만 주는 행위로 기억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한 어려서의 경험이 나이가 들면서도 변하지 않고 향후에 정말 본인의 필요에 의해서 일기를 쓰기 전까지는 일기라는 유용한 도구를 적절히 잘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지요. 어려서부터 치과만 가면 느꼈던 고통을 기억하여 성인이 되어서도 치과 가기를 꺼려 한다거나 돈까스를 먹으러 가자는 엄마의 손을 잡고 나갔다가 어정어정하며 돌아온 기억이 돈까쓰와 페어가 되어 돈까쓰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거나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지요.

 하지만 그만큼 긍정적인 효과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상담을 진행하면서 일기쓰기를 자주 권장하는 편입니다. 물론 일기쓰기는 많은 분들에게 부담으로 다가갑니다. 전통적으로 성취하기가 어려웠던 과제들 중 하나이고 무언가 비밀스럽게 저장을 해야 할 것만 같기 때문에 그럴만한 도구를 찾아내는 것도 일입니다. 따라서 요즘엔 휴대폰에 적는 것을 많이 추천드리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항상 소지하고 다니는 편이고 또 다른 사람의 접근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앱스토어나 플레이스토어에 일기 앱만 검색해봐도 수십가지가 나오고 다 제각각의 장, 단점이 있어서 본인에게 잘 맞는 것을 찾아서 쓰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일기쓰기를 권장드리면서 함께 말씀드리는 사항들이 몇가지 있습니다.

 우선, 꼭 매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매일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은 그것이 아무리 쉬운 일이라도 부담으로 다가오게 되고 그것은 동기를 꺾고 실행에 어려움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따라서 쓸 수 있을 때, 쓰고 싶을 때 쓰는 것이 좋습니다.

 두번째로 길게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일기란 것이 그냥 하루 종일 내가 한 일들만 낱낱이 기록한다면 아주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들은 어린시절 정해진 양을 채우기 위해 종종 그랬던 것 같지만 이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너무 길고 복잡하지 않고 간단하게 그날 가장 임팩트 있었던 일이나 내가 가장 강렬하게 느꼈던 감정 위주로 적으라고 말합니다.

 위와 같은 사항들을 말씀드리고 일기를 쓰는 습관이 우선 들게 되면 그 이후에는 일기를 통하여 아주 많은 것들을 얻고 또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나의 감정을 확인하고 또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서 나란 사람에 대한 이해가 증진될 수 있고 기본적으로는 무언가 차곡차곡 쌓여가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문장력과 표현력 증진, 가용 단어의 증가 등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작은 효과들이구요.

 간만에 한번 일기쓰기 도전해 보시면 어떨까요? 쓰다가 만 노트에도 좋고 휴대폰의 달력 앱에도 메모는 가능합니다. 그렇게 변화해 봅시다.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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