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마다 떠오르는 가족과 건강한 거리두기

명절마다 가족모임은 즐거움일 수도 있지만 스트레스일 수도 있습니다.

가족 단체방에 “이번에도 전날 와서 준비 좀 해줄 수 있지?”라는 메시지가 올라옵니다. 아직 휴가를 낼 수 있을지 모르는데도 “네”라고 답하게 되죠. 작년에도 본가 내려가서 음식 준비하고 뒷정리를 돕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했습니다. 올해는 다르게 보내고 싶다가도, 모처럼 모이는 명절인데 가족에게 싫은 소리를 하는 것 같아 그냥 참게 됩니다.

명절을 앞두고 가족과의 거리두기를 고민하는 이유가 꼭 가족을 만나기 싫어서는 아니죠. 오랜만에 반갑게 얼굴을 보고 밥도 먹고 싶지만, 바쁜 일을 미뤄가며 오가는 과정이나 만나서 마주해야 할 개인적인 질문 공세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니까요. 거리를 둔다는 것이 연을 끊는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만 나 자신도 잘 챙겨가면서 가족관계도 유연하게 유지할지에 대한 고민은 언제나, 누구나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족 거리두기, 무엇을 조정하면 될까요

가족과 거리를 둔다고 하면 연락을 끊거나 아예 만나지 않는 모습부터 떠오를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도 분명 있습니다. 오랜 기간동안 학대적인 관계 속에서 고생을 했거나, 다른 문제로 감정의 골이 너무 깊어져 관계를 이어가는 것조차 버거운 분들도 계시지요.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약간의 거리두가기 가족간에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명절에 방문은 하되 점심을 함께 먹고 저녁 전에 돌아오는 것, 음식은 외부에서 시켜서 준비하는 것, 결혼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 등과 같이 적절히 조율을 해볼 수도 있을겁니다.

영국 NHS의 관계 안내에서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려면 우선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도록 권합니다. 가족 모임에서도 자신의 체력과 기분을 헤아려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상대가 원하는 대로 전부 해주는 것만이 가족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다만 “이번에는 나를 존중해 줘”라는 표현으로는 가족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힘듭니다. 오랜 시간 본가에 머무는 것이 힘들다거나, 혼자 너무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점이 힘들다거나와 같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를 명확히 말해야 합니다. 가족간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어색할 수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제부터라도 더욱 그런 변화가 필요합니다. 원하는 만남의 횟수나 연락 방식이 가족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도 가족과 건강한 거리두기를 위한 가이드에서 이어서 확인해보세요.

각자에게 힘든 상황은 모두 다릅니다

적당히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말은 용기내어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오랜만에 모였으니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한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가까운 친척이라도 내가 대답하고 싶지 않은 질문을 집요하게 물어보면 불편한 것 역시 당연합니다. 그것이 관심의 표현이고 애정의 모습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선을 지키는 것이 서로에게 필요합니다. 혹시나 혼자서 그런 대응이 어렵다면 부모님이나 친척에게 미리 부탁을 할 수도 있겠지요.

취업이나 연애, 결혼 관한 질문은 언제나 예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누가 하고 싶지 않아서 안하고 있나요. 그러니 가족들이 궁금해한다고 해서 아직 정하지 못한 계획까지 설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정해지면 제가 먼저 말씀드릴게요.” 정도로 짧게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이기 때문에 궁금해하는 이유는 이해하지만 그것에 대해 얼마나 이야기할지는 내가 정할 수 있습니다.

방문 시간을 줄이는 것이 망설여질 수 있습니다. 뭔가 서운한게 있는게 아닌지 걱정을 하시게 될 수도 있고 준비나 정리를 돕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줄 수도 있겠지요. 그러므로 좀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는 오후에 출발해야 하니 좀 일찍 정리 시작해 볼께요.” 등과 같이 부드럽게 한 번 시도해 봅시다.

가족이 서운하다고 말하면

가족관계에서 조율이 어렵거나 어려움이 계속된다면 상담을 통해서 그 원인을 확인해 볼 수도 있습니다.

저런 조율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명절인데 그 정도도 못 하니?”라는 말을 듣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가족인데 내가 너무 매정했나 싶기도 하지요. 그럴 때는 가족이 바라는 것과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함께 말해 보세요. “오래 같이 있고 싶으셨구나. 죄송하지만 이번에는 미룰 수 없는 일이 있어서요.” 와 같이 답할 수 있습니다. “다음 달에 또 올께요.” 등과 같이 매몰차게 거절한다는 느낌이 들게 이야기를 덧붙여 보세요. 상대가 서운하다는 말을 했다고 해서 내가 모든 계획을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몰랐던 사정을 듣고 일정을 추가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부모님의 병원 일정처럼 새롭게 알게 된 일이 있다면 다시 의논해서 일정을 조율해야겠지요. 내 일정 역시 나 혼자의 것이 아닐 수도 있으니 배우자 혹은 다른 가족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음 정한 것을 무조건 지키는 것보다, 어떤 이유로 바꾸는지 알고 자신도 동의하는지가 중요합니다.

명절은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만큼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이벤트입니다. 그래서 명절 전, 후가 심리상담을 받는 숫자가 늘어나기도 하지요. 많은 분들이 아마 비슷하게 겪고 계실 겁니다. 혹시나 오랜만의 만남이 너무 부담되거나 만나고 와서 마음 속 한켠이 계속 찝찝하다면 한 번 마인드짐에서 이야기해 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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