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는 습관 극복하기: 어떻게 시작할까?

미루는 습관이 그저 귀찮음이나 하기 싫음 때문이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출근해서 컴퓨터를 켭니다. 지난 밤 온 메일들을 확인하고 SNS관리를 위해 쓰레드와 인스타그램을 열죠. 메일에 답장을 쓰고 발행 예정인 컨텐츠들을 확인하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것들을 올렸는지 좀 봅니다. 그러다보니 30분이 훌쩍 지나갔네요. 정신차리고 다시 일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목이 마르네요. 커피 내리는 것을 잊었습니다. 커피를 가져와서 마시다보니 주문해야 했던 물건들이 생각나고 예약해야 했던 일정이 떠오릅니다. 그 일들을 진행하다보니 점심시간이 되었네요. 결국 해야 할 일은 점심 이후에나 하게 됩니다. 웃긴건 잠자리에 들어서도 뭔가 깜빡한 것이 생각나는 것이죠. 그럼 “결국 오늘도 안 했네. 나는 왜 이렇게 게으를까” 하고 자신을 탓하게 되곤 합니다.

해야 할 일을 알고 있고, 끝내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그래 다시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해야지!’ 와 같이 막연하게 마음을 고쳐먹기보다는 어느 부분에서 어려웠는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시작할 일을 명확히 정하지 못한 것인지, 다른 일로 옮겨갔다 돌아오지 못한 것인지에 따라 해볼 수 있는 방법도 달라질 수 있거든요.

한가지 일도 여러 능력이 필요합니다.

블로그 글 하나를 작성하는 데에도 생각보다 할 일이 많습니다. 주제를 정하고, 작성 순서를 정하고, 실제로 글을 쓰고 오탈자 확인 및 탈고도 해야 하구요. 중간에 다른 일을 해야 하면 잠시 갔다가 다시 원래 돌아와야 하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것과 실제로 끝내는 것 사이에는 이런 여러 과정들이 있습니다.

이때 필요한 계획, 기억, 주의 조절, 일의 시작과 전환 등을 ‘실행기능’이라는 말로 설명합니다. 영국 NELFT NHS의 실행기능 안내에서도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정보를 잠시 기억하며 상황에 맞게 행동을 조정하는 능력을 함께 다룹니다. 그런데 이런 실행기능이 사람마다 잘하는 부분과 어려운 부분이 달라서 일의 마무리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개중엔 계획은 잘 세워도 중간에 하려던 일을 잊을 수도 있고, 계획을 세우는 과정을 어려워하지만 한 번 세우면 쭉 잘 실행할 수도 있구요.

자신의 상황을 되돌아보면 미루는 일이 잦아 ADHD가 아닐까 생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ADHD가 있는 사람은 시간 관리나 정리, 해야 할 일을 기억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들 하니까요. 다만 미룬다는 사실만으로 ADHD를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미루는 것 이외에도 충분히 자지 못했거나 걱정이 많을 때도 평소 하던 일을 시작하고 이어가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거든요.

일을 끝내지 못하는 이유

계획을 잘 세우는 것은 미루는 습관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지요. 하지만 계획도 잘 세워야 합니다.

미루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무엇부터 할지 정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합니다. ‘이사 준비’처럼 할 일이 크게 적혀 있으면 해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은 이해하고 있지만 첫 행동을 고르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그런 경우엔 일들의 순서를 생각하거나 카테고리를 나누어 생각하면 도움이 될 수 있지요. 지금 당장 필요한 일이 이사업체를 알아보는 것인지, 버릴 물건을 고르는 것인지 나누어 보는 겁니다.

하던 일을 중간에 멈추고 옮겨가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보고서를 써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하던 이메일 정리를 계속하는 것이죠. 이런 경우에는 보고서 작성법보다 지금 하던 일을 어디에서 어떻게 멈출지 정하는 일이 먼저 필요합니다. ‘지금 쓰는 이 메일만 보내고 보고서 파일을 연다’처럼 끝낼 지점을 정해 보는 겁니다.

하려던 일을 중간에 잊는 경우도 있습니다. 업무에 필요한 내용을 잠시 기억하며 활용하는 능력을 ‘작업기억’이라고 하는데, 머릿속으로만 여러 일을 챙기려 하면 다음에 할 것을 놓칠 수 있습니다. 보고서를 쓰다 전화를 받아야 한다면 ‘표 정리하기’ 와 같이 다음에 이어서 할 일을 적어둘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계획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어렵게 생각하시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일을 끝내는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하는 것입니다. 보고서 작성에 30분이면 될 것 같았는데 파일을 찾고 이전 내용을 확인하다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리기도 하지요. 그런 경우에는, 본인이 자주 늦어지는 일 하나를 골라 준비부터 제출까지 걸린 시간을 재보고, 다음에는 얼마나 여유를 두고 시작해야 할지 정해두면 편리합니다.

불안하거나 지쳐서 미루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리적인 요인도 미루는 습관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개중에는 시작하는 방법은 알지만 그 일의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까 봐 시작하는 것을 피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첫 문장부터 잘 써야 한다는 생각에 자료만 계속 찾으면서 보고서 작성을 미루거나, 거절당하는 것이 두려워 메일을 보내지 못할 수 있죠. 그렇게 일을 잠시 미루면 당장은 불편한 감정을 덜 느끼지만, 마감이 가까워질수록 부담이 더커지곤 하지요.

호주 공공기관인 CCI의 미루기 안내에서는 일을 미루게 되는 생각과 불편한 감정의 영향도 함께 살펴봅니다. 그래서 일을 잘 시작하고자 한다면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와 ‘못할까 봐 시작하기도 싫다’를 구분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계속 마음에 걸린다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나만의 행복 찾기도 함께 읽어보세요.

일을 시작하는 데에도 마음의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일을 수행하는 데에는 충분한 신체적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그런 여유가 부족한 날에는 해야 할 일의 양부터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몇 시간 안에 끝내기 어려운 일을 잔뜩 적어 두고 모두 하지 못했다고 자신을 탓한다면, 목표의 양을 줄이거나 기한을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급하지 않은 일을 좀 미루고 쉬기로 정한 것까지 모두 안좋은 미루는 습관이라고 볼 수는 없으니까요.

시작하고 다시 이어가는 연습 3단계

  • 1단계: 지금 할 첫 행동을 한 문장으로 적어 보세요. :‘블로그 글 작성하기’ 대신 ‘블로그 글 주제 3개 적어보기’라고 적어 보세요. 어떤 주제가 적합할지 모르겠다면 ‘다른 유명 블로그에서는 무슨 글을 썼는지 조사하기’ 로 시작해볼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계획하는 것이 어렵다면 시작하는 2~3단계만 생각해 봐도 충분합니다.
  • 2단계: 정해진 시간과 공간에서 시작해 보세요. :점심을 먹고 다시 일과시간이 시작되었을 때 책상에 앉아서 바로 10분을 블로그 주제를 생각하는 시간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업무상 바로 답하지 않아도 되는 알림들은 잠시 꺼보고 10분간만 집중해 봅시다. 시간안에 어느 정도 일이 진행이 되었다면 끝내고 다음으로 넘어가고 아니라면 잠시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 3단계: 잠시 쉴 때 다음에 할 일을 기록해 두세요.: 전화를 받거나 다른 업무로 옮겨가야 한다면, 어디까지 했는지와 다음에 할 일을 한 줄로 적어두세요. “블로그 주제 결정함, 세부 주제 및 예시 찾기” 정도면 됩니다. 그렇게 기록해 두고 다시 시작할 시간에 알림을 설정해두면, 알림을 듣고 돌아와서 바로 시작할 수 있게 됩니다.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면 한 가지씩 바꿔 보세요.

아주 작게 시작해 보세요. 그리고 한 번에 한가지씩만 바꿔보세요.

알림을 설정했는데도 계획한 일을 시작하지 못하고 미뤘다면 그 시간에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은 아니었는지 생각해 보세요. 누군가와 통화중이었다면 그 통화를 미루는 말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문서를 열어고 무엇을 쓸지 막막했다면 보다 구체적인 행동을 설정하는 것이 방법일 수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자신의 방법이 잘 맞지 않는 이유를 알아야 바꿔야 할 것들을 확인하고 조금씩 더 발전할 수 있습니다.

혼자 순서를 정하기 어렵다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는 것도 중요한 결정입니다. 많은 분들이 혼자서 전부 다 잘 해내려고 노력하곤 합니다. 하지만 ai가 발달한 요즘엔 그런 부분을 더 쉽게 넘어갈 수 있으니 활용해 보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일을 잘 알고 있는 선배나 동료, 멘토가 있다면 그 사람에게 가볍게 확인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지요. 만약 그 묻는 말조차 어렵다면 그것은 또 따로 이야기를 해봐야겠지만요.

마감과 약속을 반복해서 놓치고 있다면?

가끔 귀찮은 일을 미루었다 하는 것과 미루는 습관 때문에 생활에서 계속해서 곤란을 겪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세급 납부 기한을 놓쳐 연체료를 내거나, 업무 마감이 늦어 신뢰를 잃거나, 약속시간을 잊어 가까운 사람과 자주 다툰다면 그러한 상황을 만드는 원인을 더 자세히 알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심리상담에서는 일을 미루는 상황과 그 때 드는 생각을 함께 살펴보게 됩니다. 그리고 과거의 경험들과 현재의 감정들을 확인해서 미루는 것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무엇부터 시작할지를 논의하게 되지요. 사소한 것이라도 괜찮습니다. 혹시나 자신의 상황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 언제든 찾아주세요. 기다리고 있습니다.

MindGy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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