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은 불안을 없애는 곳이 아니라, 불안을 다루는 법을 배우는 곳입니다.

불안을 없애고 싶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불안을 다루는 법을 배우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어느 순간 갑자기 불안감이 불쑥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퇴근길 지하철일 수도 있고, 잠 잘 준비를 모두 마치고 누운 상태일 수도 있구요. 갑자기 생각이 많아지고 가슴이 조이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마음이 급해집니다. 그러가 하면 누군가의 메시지 답장이 조금 늦으면 ‘내가 뭘 잘못했나’ 곱씹고, 잠자리에 누워서는 낮에 했던 말들을 하나한 곱씹으며 되새겨보기도 합니다.

이럴 때 우리는 흔히 이렇게 스스로를 달랩니다.

‘이 정도로 심리상담이나 불안상담을 받을 필요는 없겠지.’
‘조금만 더 버티면 괜찮아질 거야.’

하지만 어쩌면 바로 그 순간이 불안을 다루는 법과 마음돌봄이 필요한 순간일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심리상담을 ‘상황이 아주 심각해진 뒤에 가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일상생활을 하는데 문제가 없으니 괜찮다고, 이 정도는 의지로 이겨 내야 한다고 미루기도 하지요.

그러나 불안은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닙니다. 몸의 반응과 생각의 습관, 관계에서 겪은 경험과 현재의 상황이 서로 얽히며 나타나는 경우가 많지요. 무작정 참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오히려 내가 어떤 순간에 흔들리는지, 무엇이 불안을 키우는지 차근차근 알아 가는 일이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우리는 왜 불안을 빨리 없애려 할까요?

불안감이 올라오면 우린 어떻게든 빨리 그 감정을 잠재우고 싶어집니다. 불안감이 유쾌한 감정은 아니기에 그런 급한 마음은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하죠. 문제는 그 조급함이 때로 불안을 더 키운다는 점입니다. 계속 그 불안감에 머무르며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게 되고, 그 끝에는 ‘나는 왜 이것도 못 견디지?’라고 자신을 탓하는 결론을 내리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처음에는 불안이 문제였는데, 나중에는 불안해하는 나 자신이 문제처럼 느껴지는 것이지요.

불안을 빨리 없애고 싶은 이유는 저렇게 나 자신을 탓하게 되는 모습이 불만족스러워서도 있지만 점점 더 사고가 확장되면서 통제 불가능해지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뭔가 바쁘고 정신이 없을 때에는 불안감을 느끼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서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다거나 한가롭게 있다가 어느 순간 불안감이 엄습하면 그 생각의 연쇄작용을 끊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불안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곤 하죠.

불안을 가라앉히는 방법은 개개인마다 다 다릅니다. 뭔가 불안하기 시작하면 요즘 같은 경우엔 ai에게 가장 먼저 물어보기도 합니다. 저녁에 있던 약속을 취소하고 집에서 쉬는 사람도 있고, 술 한잔 하면서 그 불안감으로부터 거리를 두기도 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은 달라도 그 안의 흐름은 비슷합니다. 불안을 위험 신호로 받아들이고, 가능한 한 빨리 없애려는 것입니다.

상담실에서는 작은 변화부터 배웁니다

차근차근 불안을 다루어 나간다면 불안감이 주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일 수 있습니다.

상담을 시작한 분들이 자주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몇 번 정도 상담을 받으면 불안하지 않게 될까요?”

저런 질문을 하는 마음 너무나 이해가 갑니다. 그동안 충분히 힘들었으니 하루라도 빨리 괜찮아지고 싶은 것이 당연하죠. 다만 실제 상담은 불안을 완전히 지워 주는 마법이라기보다, 불안이 찾아온 순간을 이전과 조금 다르게 지나가는 법을 익히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가령 내담자가 “숨이 잘 안 쉬어져서 큰일 날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고 해보겠습니다. 상담사는 곧바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라고 결론 내리지 않습니다. 대신 ‘큰일’이라는 말 속에 어떤 장면이 떠오르는지, 몸의 어느 부위가 가장 먼저 긴장하는지, 그 순간을 견디기 위해 평소 어떤 행동을 해 왔는지 함께 살펴봅니다. 조금 느리고 답답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 과정에서 ‘막연했던 공포’가 ‘관찰할 수 있는 경험’으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정체를 알 수 없던 불안에 조금씩 윤곽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시작되는 변화는 대개 아주 작습니다. 불안이 10에서 단번에 0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10까지 올라온 불안이 12나 15로 번지지 않도록 붙들어 보는 것입니다. 불안감만 느껴지면 바로 도망치거나 주의를 돌리던 행동을 30초만 늦춰 보는 것, 머릿속에서 떠오른 상상들을 사실과 구분해 적어 보는 것, 누군가의 굳은 표정을 곧바로 내 탓이라고 해석하기 전에 ‘아닐 수도 있다’ 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면서 말이죠.

이런 변화는 사소해 보이지만 일상에서는 제법 큰 차이를 만듭니다. 불안에 무작정 끌려가던 사람에서, 불안을 알아차리고 선택할 수 있는 사람으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을 통해서 조금 흔들리더라도 돌아오는 길을 알고, 그 길을 여러 번 걸으며 몸에 익혀가는 과정이 상담실에서 이루어지죠.

불안을 다루는 몇 가지 방법들

불안이 올라오는 순간에는 다음과 같은 작은 연습부터 해볼 수 있습니다.

  • 먼저 속으로 말해 봅니다.
    “지금 불안이 올라오고 있구나. 당장 없애려 하기보다 내 불안을 확인해 보자.”
  • 몸에서 느껴지는 반응을 하나만 적어 봅니다.
    ‘가슴 답답함’, ‘손이 차가워짐’, ‘목과 어깨의 긴장’처럼 짧게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막연한 두려움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 떠오른 생각을 ‘사실’과 ‘해석’으로 나눠 봅니다.
    ‘아직 답장이 오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상대가 나를 싫어하게 됐다’는 나의 해석일 수 있죠.
  • 불안을 피하기 위한 행동을 5분만 미뤄 봅니다.
    반복해서 검색하거나 확인하는 일, 약속을 취소하는 일, 서둘러 사과 메시지를 보내는 일을 잠시 늦춰 봅니다. 짧은 멈춤이 익숙한 패턴을 바꾸는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 하루가 끝나면 ‘오늘 내가 버틴 방식’을 한 줄 적어 봅니다.
    완벽하게 해결한 일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견뎌 낸 흔적을 발견하고 인정하는 것 역시 중요하거든요.

불안을 다룬다는 것은 나를 약하게 보는 시선을 거두는 일입니다

불안을 다루고 줄여나가는 것은 나 자신이 조금 더 잘 살 수 있게 해 줍니다.

누군가는 관계에서 버려질까 봐 불안해합니다. 누군가는 작은 실수를 오랫동안 곱씹고, 또 다른 누군가는 몸의 감각에 지나치게 민감해져 활동 범위가 점점 좁아집니다. 불안의 모양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막막함이 줄어들면, 불안 자체를 향한 두려움 역시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심리상담이 과한 선택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상담은 완전히 무너진 뒤에만 찾아가는 곳이 아닙니다. 출근도 하고 약속에도 나가며 겉으로는 평소처럼 생활하지만, 속에서는 하루 종일 긴장을 놓지 못하고 있다면 그 마음도 충분히 돌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내 마음의 패턴을 살펴보는 경험은 생각보다 큰 안도감을 줄 수 있습니다. ‘내가 이상한 사람이어서 이러는 것이 아니라, 다루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 오랫동안 혼자 버텨 왔구나’라고 자신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이해가 불안을 바라보는 법을 바꾸고 변화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Take-home message

  • 불안은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몸과 생각, 경험과 관계가 함께 만들어 내는 반응일 수 있습니다.
  • 불안을 억지로 없애려 할수록 몸의 감각과 부정적인 생각에 더 예민해질 수 있습니다.
  • 중요한 것은 불안을 전혀 느끼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불안이 올라왔을 때 자동으로 휩쓸리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 생각은 곧 사실이 아닙니다. 불안한 예측과 실제로 확인된 사실을 구분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 회복은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흔들린 뒤 돌아오는 길을 조금씩 익혀 가는 과정입니다.

불안을 없애지 못했다고 해서 실패한 것은 아닙니다. 아직 불안을 다루는 법을 충분히 배울 기회가 없었을 뿐인지도 모릅니다. 만약 오늘도 불안하다는 이유로 자신을 다그치고 있었다면, 우선 그 시선부터 조금 누그러뜨려 보셨으면 합니다. 천천히 배워도 괜찮습니다. 언젠가는 불안이 다시 찾아오더라도 예전과는 다르게 반응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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