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대학교때 전공이 심리학이었다. Psychology.
어찌보면 최근들어 가장 인기있는 전공이 아닌가 싶다. 최근 들어서도 아니고 인기가 있은지도 꽤 된 것 같다. 나도 심리학을 했고 내가 졸업하던 해에 복수전공 포함해서 가장 많은 졸업자가 나온 과가 심리학과였다. 미국이었으니 그 숫자가 좀더 극단적일 수는 있겠다. 한국과 미국의 심리학에 대한 온도 차이는 좀 있으니. 그런데 요즘 보면 우리나라도 생각보다 심리학에 대한 관심도 아주 높아졌고 그에 따라 아마 전공에 대한 관심이나 수요도 많아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심리학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는 당연히 Mind reading이라고 생각했었다. 왜냐. ‘심리’라는 말이 들어가니깐. 심리가 뭐냐. 사람의 마음을 뜻하고 사람의 마음에 대한 학문이라니 그것이야말로 사람의 마음을 읽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정말 심리학 개론 첫 수업에 들어가자마자 산산히 부서졌다. 때는 바야흐로 2003년 1월 나의 첫 대학수업인 P151 Introduction to Psychology for majors. 정말 잊지도 않는다. 한국말로 번역하자면 ‘전공자를 위한 심리학 개론’ 수업이었다. 그 수업을 가르치는 교수는 50대 초중반 정도의 Hoffman C.. 앙칼진 목소리와 깐깐하게 보이는 인상의 안경을 낀 그 아주머니 교수는 정말 첫 수업 첫 오프닝을 이렇게 열었다.
“You need to get out of here if you came here to learn mind-reading”
나 뿐만 아니라 그 수업에 있었던 약 40명 정도의 학생들 모두가 움찔 했을 것이다. 뻔하지만 아무도 일어나지 않았고 그녀는 그때부터 수업에 대해 설명을 하고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우선 그 수업은 전공자를 위한 수업이었고 개론 수업에서 배우는 내용들은 차후에 다 중요한 초석들이 되기 때문에 많이 외우고 공부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 일주일에 3번 만나는 중 이틀에 쪽지시험이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였다. 뭐 쪽지시험이야 별게 있겠어 하고 난 약 한달 뒤에 그 수업을 드랍하고 만다.

내가 그 이후에 비전공자를 위한 심리학 개론 수업도 들어보고 결과적으로 다시 Hoffman의 수업으로 최종 점수를 받긴 했지만 정말 개론 수업들은 그지같이 재미없고 어렵고 양만 많았다. 쉽게 말해 개론 수업에선 심리학과 관련된 모든 것을 한꺼번에 배워야 해서 심리학이란 어떤 학문인지를 다양한 관점에서 배우게 된다. 심리학의 역사, 심리학의 과학적인 부분, 심리학의 연구, 심리학의 이론들 등등을 배우다가 결국 심리학은 인간에 관한 학문이기 때문에 급기야 생물학쪽으로 가서 인간의 두뇌와 행동에 대해서도 배우게 된다. 따라서 엄청나게 광범위한 내용을 한학기에 다 커버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수업 자체는 내용들을 깊이 있게 파악하고 배우기보다는 그저 필요한 것들을 체크만 하고 넘어가는 수준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재미도 없고 그저 암기만 하는 시험들을 지속적으로 봐야하니 어렵고 힘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개론수업에서 배우는 내용들이 분명 차후에도 도움이 되긴 한다. 알고 있으면 좋은 경우가 많긴 하지만 절대적으로 필요한 내용이라고 할만한 것들을 내가 볼땐 그렇게 많지 않다. 하지만 뭐 그게 어찌보면 개론의 성격이니까.
내가 다녔던 학교는 개론들을 1학년때 배우고 2학년때는 심리학과 전공수업이 진로 관련한 수업하나 그리고 통계 관련한 수업하나만 있고 본격적인 내용들은 3학년때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상심리학 abnormal psychology, 인지심리학 cognitive psychology, 건강심리학 health psychology 등등. 그리고 난 거기서 심리학의 재미가 뭔지 배우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했던 심리학 관련 내용들은 다 거기 있었다. 이상심리학 수업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다양한 병리적인 현상들에 대해 배울 수 있었고, 물론 개론수업에서 배웠던 생물학쪽 내용들이 많긴 했지만, 인지심리학 수업에서는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내용들을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풀어나가는 재미가 있었다. 그러다보니 훨씬 더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었고 아무래도 더 관심이 가서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었다.
결과적으로 난 심리학의 여러가지 다양한 접근방식들과 또 통계를 이용하는 것들도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그러한 결론에 도달하기까지는 분명 어렵고 힘든 시기가 생각보다 길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지 않은가? 조금만 더 버티고 기다려보자. 분명 재밌는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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