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에 대한 고찰.

심리상담에 대한 관심의 증가

2014년에 세월호 사태가 발생하였고, 그것은 대중이 트라우마라는 것에 대해 인지하고 그러한 트라우마를 다루기 위한 심리상담이란 것에 보다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 심리상담에 대한 관심은 조금씩 높아졌고 최근에는 대중들이 조금 더 편하고 쉽게 심리상담에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방송가에서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중앙 통제의 부재와 그 부작용

그 결과 요즘은 심리상담소의 홍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심리상담소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요즘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건물 하나에 하나씩 심리상담소를 확인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또한 예전 청소년 상담사 연수에서 들었던 바에 의하면, 민간에서 발행 가능한 심리상담에 관련 자격증들만 해도 천여가지가 넘는다고 하니 그것도 더욱 심리상담소와 심리상담사의 숫자를 늘리는데 일조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현상들은 결과적으로 모두 심리상담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궁금증이 늘어간다는 뜻이지만 그러한 대중의 관심을 뒷받침해 주는 정책적 변화는 보이지 않습니다. 미국의 경우 각 주에서 제각각 심리상담사들의 자격요건과 선발을 직접 관리를 하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심리상담과 관련된 자격 요건을 제어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보니 사설 자격증이 난립하고 그로 인한 피해자들도 발생하고 있는 현실이지요. 이 글은 제가 지난 수년동안 한국의 상담 업계에 종사하면서 심리상담에 관하여 보고 느낀 것들을 나누고 심리상담을 찾는 과정에서 확실한 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다시 작성이 되었습니다.

미국의 심리상담 환경

제가 심리상담을 처음 시작한 것은, 미국에서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던 2011년 여름 첫 인턴쉽 기간이었습니다. 제가 인턴을 했던 상담소는 Catholic Charities Bloomington 이라고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저렴한 비용에 심리상담을 제공하는 시설이었습니다. 미국의 사보험들 중에는 심리상담 비용을 지원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비싼 심리상담 비용을 개인이 모두 지불해야 하므로 부담이 되지요. 상대적으로 금전적 여유가 부족한 사회적 약자들은 제가 일했던 시설에서 저렴한 가격에 심리상담을 제공받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금전적인 여유가 없다 보니 오히려 더 많은 어려움들을 가지고 있었지요. 그럼에도 솔직히 자신의 상황을 드러내고 이야기하는 모습은 아주 인상깊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제가 재학했던 Indiana University Bloomington 내부에 위치한 교내 음주교정센터와 학생상담센터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제공하였습니다. 미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심리상담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일반화되어 있고 그 효과를 학생들을 대상으로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학생들이 공부하면서 느끼는 어려움이나, 교우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들, 진로에 대한 고민 등을 심리상담소에 와서 털어놓고 도움을 받곤 하지요. 그렇게 고민을 털어놓고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 뿐만 아니라 교칙을 어기거나 했을 경우에도 심리상담을 통해 구체적인 해결책과 교육을 받게 됩니다. 그렇게 미국에서는 심리상담을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용도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훨씬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을 하고 있었습니다.

심리사담에 대한 한국인들의 시각

석사과정을 마치고 귀국 후에는 한국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사와 청소년 상담사 자격증을 취득 후 사설 심리상담소, 대학교 학생상담센터, 정신과 의원 등 다양한 상담시설과 병원에서 심리상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제가 한국에 돌아와 수련을 받고 또 상담을 진행하며 느낀 심리상담에 대한 한국인들의 시각과 한국의 분위기는 미국에서의 그것과는 매우 달랐습니다. 심리상담이 이미 어느정도 일반화되어있는 미국과 이제 성장하기 시작한 분야인 한국은 상담 과정과 사람들의 태도 등 많은 것에서 차이를 보였고 지금에서야 능숙하게 그 차이를 활용하고 또 적절한 상담기술을 적용하지만 그 시기에는 적응하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한국에 와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심리상담을 한다고 소개하면 열이면 열, 백이면 백 모두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저도 심리상담이 필요해요. 저좀 상담해 주시면 안될까요?”

이와 같이 사람들은 모두 비슷하게 반응하며 심리상담에 대해 궁금해하는 반응을 보이고 정말 상담이 효과가 있는지 어떤 고민을 다룰 수 있는지 등 질문세례를 퍼붓습니다. 그리고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들을 꺼내놓고 제 답변을 기대하곤 하지요. 하지만 관심을 갖는 것은 그 때 뿐입니다. 제가 오랜 시간 상담을 진행하면서 느낀 점은 오히려 정말 심리상담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분들은 저렇게 쉽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주저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요즘 방송 및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이 심리상담에 대해 전보다 더 많이 이야기를 하고 심리상담이나 심리상담사를 주제로 한 영화나 드라마들도 만들어지고 있어 심리상담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많이 낮아지고 있기는 합니다. 다만 문제는 정말 심리상담이 시작되었을 경우에 위와 같은 가벼운 마음가짐만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심리상담을 더 잘 이해하는 법

심리상담에 대해 다른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면 이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는 제 개인적인 생각이고 저는 외과전문의가 아니기 때문에 부분부분 부정확할 수 있으니 개념만 이해하는데 참고해 주세요.)

우리 신체의 문제를 물리적으로 해결하는 외과의사들은 문제가 되는 부분을 외과적 도구들을 사용하여 그 부분을 열거나, 외부적 힘을 가해 조치를 취하거나, 문제가 있는 부분이나 장기를 제거하거나 함으로서 문제를 해결하거나 완화 시킵니다. 그와 비슷하게, 심리상담사들이 하는 심리상담이란, 사람들이 가진 심리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여러가지 방식들을 활용하여 조치를 취하고 하여 상황을 개선 혹은 완화시키는 과정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외과치료와 심리상담의 차이는 물리적인 치료 대상을 가지고 있고 없고의 차이 외에도 직접적인 치료와 처치가 가능한 외과 수술에 비해 심리상담사는 간접적으로 문제에 접근하고 직접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실행은 내담자 본인이 직접 해야만 한다는 차이도 있습니다. 따라서 심리상담은 내담자가 가지고 있는 고민에 대한 직접적인 답변을 제공해주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담이라는 말로 이해하는 ‘고민상담’과는 다릅니다. 사실 아주 넓은 관점에서 본다면 결과적으로는 내담자가 가지고 있는 고민상황을 개선해주는 것이 맞지만 심리상담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치기 떄문에 질문에 대한 답을 얻고자 하는 마음가짐으로 접근하면 예상과는 다른 경험을 하게 될 수 있습니다.

  위에 언급했던 외과수술의 경우 사람들은 금식등을 통하여 신체적 준비를 또 미리 입원을 하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아주 심각한 경우에는 수술에 대한 책임을 의사에게 전가하지 않는다는 서약까지 한다고 합니다. 물론 심리상담의 경우에 내담자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그래도 심리상담 역시 내담자의 입장에서 외과수술을 받는 경우에 하는 기본적인 신체적 혹은 심리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가벼운 내용의 주제인 경우를 제외하고 심리상담은 많은 경우에 내담자가 경험하고 있는 어려움의 진원을 내담자에게 익숙하지 않거나 감추고 싶은 부분, 혹은 과거에 상처로 남아있는 부분에서 찾게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내담자가 자주 경험하던 일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충격이 남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를 외과 수술을 위해 특정 부위를 절개하는 경우에 빗대어 생각하면 비슷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인체 내부에 종양이 자리잡고 있고 그 종양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종양의 위치를 파악하고 피부를 절개한 후에 종양을 떼어내고 그 부위를 소독하고 처치하며 마지막에 다시 피부를 봉합하여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몸은 충격을 받고 그 충격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통증이 유발되며 일정 시간이 지나야 상처가 아물고 통증도 사라지게 됩니다.

  심리상담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칩니다. 내담자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나 불편함이 즉각적이고 눈에 보이는 사건들로 인해서 발생한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시간을 들여 내담자의 상황을 파악하다보면 내담자가 과거에 경험했던 특정 사건이나 가족들간에 있었던 어떠한 일 등이 원인이 되어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러한 경우에 내담자들은 필요에 의해 자신의 깊은 내면에 감추어져 있던 과거의 불편하고 고통스러웠던 기억들을 접하고 다루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내담자가 받는 불편함과 충격은 온전히 내담자가 견뎌내야 하는 부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담사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 문제를 다룰만한 준비를 해야 하고 내담자 스스로도 가볍게 접근하기보다는 심리상담을 받기위한 심리적인 혹은 정신적인 준비들이 필요한 것입니다.

   직장생활이 힘들어서 심리상담을 받으러 찾아왔던 내담자는 첫 접수면접 회기에서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해야 함에 불편함을 느끼고 정작 하고 싶었던 직장상사의 이야기는 많이 다루지 않음에 불만족스러웠을 수 있습니다. 내담자들은 상담과정에서 이야기를 하며 본인들이 처해있는 상황 그 자체를 겪는 고통과도 싸워야 하지만 지난 과거와 불편한 경험을 드러내는 부끄러움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본인의 입으로 다시 이야기해야 하는 당혹감도 견뎌내야 합니다. 그 중에는 아무에게도 밝히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가 있을 수도 있고 자발적으로 꺼낼 수 있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내담자들이 쉽게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하더라도 안전하다고 느끼고 또 보호받을 수 있도록 심리상담은 비밀보장이 절대적인 전제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본격적인 상담이 시작되기에 앞서 상담사는 이에 대해 충분히 내담자에게 전달하여 내담자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하고 그 전달과정에서 내담자가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또한 감내해야 할 어려움들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내담자는 내담자 나름대로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할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위에 말씀드린 내담자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확실했고 그것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맘에 들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상담사가 보기에 내담자의 문제는 내담자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와는 다른 곳에 있었고 그에 충실하고자 했던 것인데 내담자는 그 시간을 버텨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고 볼 수가 있겠지요. 이런 경우는 아주 허다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내담자 측에서의 준비도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요즘 사는게 재미가 없어요”

  많은 사람들이 위와같은 이야기를 꺼내며 상담을 받고 싶다고 하곤 합니다. 좋습니다. 심리상담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그리 높지 않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고 향후에 도우이 필요할 때 보다 적극적으로 상담을 찾을 수 있으리라고 보니까요. 다만 저런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애인을 만들어봐요’, ‘다양한 취미생활을 해봐요’같은 단편적인 대답을 원하지 않듯이 조금은 더 복잡다단한 과정을 거칠 것을 예상하고 그것에 대한 준비를 조금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또 한, 두번에 내담자가 원하는 답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니 약간의 인내심 또한 필요하구요. 궁금해하고 물어보는 것은 얼마든지 하셔도 좋습니다. 언제든 필요하면 연락 주세요.

내면으로부터 당신을 바꾸는 곳 마인드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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