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운 뒤 먼저 말 거는 사람이 늘 나일 때

갈등을 끝내고자 화해를 제안하는 사람이 항상 같은 사람이라면 문제일 수 있습니다.

상대와 크게 다툰 다음 날 아침, 집 안이, 혹은 전화기가 조용합니다. 그럼에도 먼저 “커피 마실래?”라고 묻고, 아이 앞에서는 평소처럼 말하고, 저녁 메뉴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죠. 그러다 상대가 굳은 표정을 풀면 비로소 마음이 놓입니다. 하지만 마음 한쪽에는 이런 생각이 남습니다.

“왜 매번 내가 먼저 해야 하지?”

싸움 한 뒤에 먼저 화해의 제스처를 보이는 쪽이 매번 나라면 심적인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냉전이 길어질 것 같고, 먼저 다가가면 내 상처는 없던 일이 되는 기분이 들죠. 사실 정말 중요한 것은 누가 먼저 사과해야 공평한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먼저 건넨 말에 상대가 어떻게 응답하는지 또 두 사람의 갈등해결 방식을 확인하는 것이지요.

부부나 커플사이에서 먼저 화해의 제스처를 보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먼저 다가가는 행동이 약하거나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갈등상황을 견디고 이겨내는 방식은 사람마다 제각각입니다. 누군가는 불편한 침묵을 오래 견디기 어렵고, 누군가는 시간을 들여 감정을 가라앉힌 뒤에야 생각을 정리할 수 있지요. 화목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한 사람은 우선 대화를 시작해 그 상황을 종결하고자 노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화해를 먼저 시도하지 않는 사람이 관계를 더 가볍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죠. 그저 사람마다 반응 방식이 다를 뿐입니다.

먼저 “우리 이야기 좀 할까?”라고 묻는 행동은 갈등을 다시 다룰 기회를 만듭니다. 문제는 그 기회를 시작하는 역할이 한쪽에 있다는 사실보다, 그 뒤의 일까지 모두 그 사람이 맡는 경우입니다. 말을 걸고, 분위기를 풀고, 상대의 기분을 달래고, 잘못하지 않은 부분까지 사과해야 일상이 돌아온다면 피로가 쌓일 수밖에 없습니다.

화해와 일방적인 감정 수습은 뒤에 남는 것이 다릅니다

건강한 화해에서는 먼저 말한 사람이 먼제 대화의 문을 열더라도 상대가 그에 맞춰 반응해 줍니다. 자신의 행동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듣고, 필요한 사과를 하며, 다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바꿀지를 함께 정합니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와 누가 책임질지를 따지지 않습니다.

반대로 일방적인 감정 수습은 겉으로만 평온해집니다. 한 사람이 웃으면서 평소와 같이 대화를 이어 가면 갈등이 끝난 것처럼 되어버립니다. 나중에 정리되지 않은 마음을 다시 이야기하면 “다 풀린 것 아니었어?”라며 핀잔을 듣고, 결국 먼저 다가간 용기는 그렇게 스러져갑니다.

최근에 발생했던 연인과의 다툼이 어떤 형태였는지 한 번 떠올려 보세요. 상대가 내 말을 끝까지 들었는지, 자신이 잘못한 부분을 조금이라도 인정했는지, 바꾸기로 한 행동들이 달라졌는지 확인해 보세요. 이러한 세 가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면 ‘내가 너무 예민한건가?’라며 자신을 의심하기보다 화해의 책임을 일방적으로 한 쪽이 지는 것은 아닌지를 살펴보세요.

그렇게 화해의 말을 먼저 꺼내는 이유는 여러가지 과거 경험과 관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늘 먼저 움직이게 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의 갈등상황이 길어지면 잠을 못 자거나 일에 집중하기 어려워지는 등 일상생활에까지 지장을 겪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무엇보다 그 갈등상황을 빨리 해결하고 관계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이 중요해지지요. 그러다보니 먼저 사과를 말하고 태도를 바꾸어 상대방의 기분을 맞추는 등의 노력을 하곤 합니다. 특히나 상대방의 침묵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는 그저 갈등관계에 대한 면역력이 약한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 가족의 표정을 살피며 분위기를 맞추는 역할을 했거나, 갈등 뒤 누군가 떠나는 경험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갈등상황을 견디지 못하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상대방에게 말을 걸기 직전의 몸과 마음을 확인해 봐야 합니다. 가슴이 답답하고 “지금 풀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드는지, 만약 그렇다면 건설적인 대화를 하기보다 불안을 빨리 없애는 것이 목적이 되기 쉽습니다.

감정과 거리두기 방법과 실제 예시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감정에서 한 걸음 떨어지는 시간은 마음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잘 이야기할지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상대가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과 냉전은 다릅니다

“마음을 좀 진정시키고 30분 뒤에 이야기하자”와 같은 말에는 유효기한이 있습니다. 약속한 때에 다시 대화를 시작하거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다시 알릴 수도 있지요. 그렇게 시간을 갖는 동안에도 아이 돌봄등과 같이 중요한 일들과 관련된 필요한 소통은 이어집니다.

반면에 기한이 정해지지 않고 응답도 없는 냉전은 그 끝을 알 수가 없습니다.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필요한 연락도 받지 않으며, 상대가 먼저 굽히고 들어올 때까지 침묵을 지킵니다. 며칠씩 말을 하지 않는 행동이 상대방을 벌주거나 통제하는 용도로 활용된다면 그것은 단순히 성격이 맞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이슈를 드러내는 행위가 됩니다.

다만 말을 하지 않는다고 그것이 모두 의도를 가지고 이야기를 안한다고 단정하면 안됩니다. 종종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시간을 달라는 이야기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거든요. 그런 시기가 지난 이후에 돌아와서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대화하려는지, 그리고 그런 침묵에 대한 상황을 함께 대비하는 노력을 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잠수가 아니라 그렇게 자신 안의 어려움을 소화하는 사람인 것이지요.

내가 하는 노력의 한계를 상대에게도 확실히 전달해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혼자 노력하는 관계에서 경계가 필요한 순간

한두 번 먼저 화해의 말을 꺼내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로, 그리고 관계에 대한 존중으로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과는 커녕 며칠씩 무시하며, 헤어짐이나 경제적 불이익으로 겁을 주는 일이 반복된다면, 관계 자체에 대한 고민을 해 봐야 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상대가 말하게 할까”보다 내가 어디까지 노력할지 그 선을 정해야 합니다.

“필요한 연락까지 끊는 냉전이 3일 이상 이어지면 나는 대화를 재촉하지 않고, 상담이나 믿을 만한 사람에게 상황을 의논하겠다”처럼 내가 할 행동을 정하는 것입니다. 위협, 물건 파손, 신체적 폭력, 성적 강요가 있다면 함께 대화하는 것보다 안전한 곳과 개별적인 도움을 찾는 것이 필수적이구요. 그렇게 정해진 나만의 선을 혼자만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전달하는 것오 중요합니다. 그것 역시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쪽이 되긴 하겠지만 그정도의 노력은 해 두고 상대방을 기다려보는 것이죠.

먼저 말 거는 사람은 그 관계에 대해 조금 더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렇게 노력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의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구요. 다만 내가 연 문으로 상대도 들어와 자기 몫을 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화해는 한 사람만 웃으며 끝내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상처와 책임을 말한 뒤 다음 행동을 바꾸는 과정이라는 점 기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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